선무도 총본산 골굴사
선무도 총본산 골굴사를 가다
초심자-고수 열기 ‘후끈’…5분이면 땀 ‘범벅’
경주 시내에서 감포 방향으로 40여 분, 버스에서 내린 후에도 도로를 따라 족히 1㎞는 걸어 들어가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곳. 바로 대표적인 한국 불교무술도량의 하나인 골굴사다.
6월 2일 선무도의 본향을 느끼기 위해 찾은 골굴사는 고요한 산사의 모습 그대로였다. 일주문을 지나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골굴사와 선무도 대학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골굴사는 ‘템플스테이’라는 불교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생겨나기도 전인 1992년부터 선무도 수행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선무도 대학은 불교무술로 알려져 있는 선무도를 체계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골굴사 주지 적운 스님이 설립한 곳이다.
저녁 수련시간에 맞춰 선무도 대학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 골굴사 법당과는 별도로 저녁예불을 봉행한 후 본격적인 수련을 위해 20여 명이 몸풀기에 한창이다. 앳된 동자승부터 중학생, 30~40대 중년 남녀, 외국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선무도 대학의 박평윤 사범은 “매주 월요일은 기본수행을 하는 날”이라며 “각자의 수준에 맞춰 기본적인 동작을 반복하면서 몸에 익히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무도의 동작들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면서도 “할 때는 힘들지만 약 90분간의 수련을 마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0여 분간의 몸풀기 후 이어지는 본격적인 수련. 상체 중심의 동작에서 하체 중심의 동작으로 기본동작 익히기가 계속됐다. 한 동작은 좌우 10번씩. 처음에는 정확한 동작을 몸에 익히기 위해 천천히 10번, 그 다음에는 사범의 구호에 맞춰 빠르게 10번씩 진행된다.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손동작 하나조차도 몇 번 하고나면 이마에 땀이 맺힌다. 5분이 지나면 이미 등줄기는 온통 땀으로 범벅이 돼버린다.
30분쯤 지나고 나니 초심자들의 얼굴에서는 팔다리를 곧게 뻗어내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1시간가량의 기본동작 수련이 끝나면 나머지 30분간은 초심자와 상급자가 각각의 수준에 맞는 수련을 한다. 초심자는 기본동작 익히기에 주력하는 반면, 상급자들은 주로 태권도의 ‘품세’에 해당하는 승형을 익힌다.
박 사범은 “선무도는 무술이라기보다 무술의 동작을 시연하며 내면의 변화를 관찰하는 일종의 수행법”이라며 “요가나 위빠사나 같은 관법 수행의 한 방편으로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힘든 동작들을 90분 동안이나 계속 하는 것이 어린 학생들에게 힘들지는 않을까? 선무도를 배우기 위해 2주 전에 안동에서 찾아온 장은호(16) 학생은 “주먹지르기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동작 하나부터 비교적 어려운 수준의 발차기까지 기본동작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면서도 “배우면 배울수록 내 안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고 말했다. 이점은 현재까지 수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선무도를 찾아 골굴사를 비롯한 전국 20여 개 지원으로 모여들고 프랑스, 오스트리아, LA에 개원된 지원에도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몰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선무도가 항상 격렬한 동작만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본래 명칭이 ‘금강영관’인 선무도는 정중동의 수행법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신체 리듬이 차분한 오전에는 주로 정적인 수련을, 신체 활동이 가장 정점에 이르는 저녁시간대에는 동적인 수련을 한다. 선무도 대금강문의 문주이자 골굴사 주지인 적운 스님은 “사람들은 흔히 무술에 대해 외공을 중시하는 외가, 내공을 중시하는 내가로 구분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무술을 내·외공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특히 선무도의 경우 정중동의 수행을 통해 내외를 모두 증진시키는 수행법”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선무도를 통해 사람들이 불교의 교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포교를 25년 동안 해왔는데 앞으로는 더 나아가 선무도를 통한 청소년 교화와 같은 사회복지 프로그램도 전개할 계획”이라며 “일반인들 뿐 아니라 불자들도 선무도를 통해 동적인 선 수행의 진가를 경험해보길 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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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무술 배울 수 있는 곳
여가문화 확산과 느림의 미학, 수련 등 정신수양의 기호가 하나의 코드로 자리 잡아 일반인들도 불교무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시공해를 벗어나 심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급진전하고 있는 불교문화코드 중 하나가 바로 불교 무술인 것이다.
이제 불교무술은 스님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재가불자들에게는 수행, 일반인들에게는 정신 수양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찰에서도 불교정신을 바탕에 두고 전문적으로 불교무술을 배울수 있는 템플스테이가 운영 중이다.
‘금강영관’을 배울 수 있는 곳은 대표적으로 범어사 청련암 외에도 가영 스님이 지도하는 마산 승덕암, 대일 스님이 지도하는 양산 신불산 불성사 등이 있으며 특히 서창 금강사에서는 주말 불교무술 템플스테이가 365일 진행되고 있어 일반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
‘불무도’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창녕 보정사, 진주 금선암 등이 있으며 ‘소림금강문’을 배울 수 있는 곳은 경주 보림선원, 오대산 월정사 등이 있다.
이밖에도 재가자가 운영하는 최종열무예원(051-853-2663), 사희수 씨의 갑사원(017-415-341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