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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포석정은 신라 경애왕이 술 마시며 놀다가 죽은 장소가 아니다

박근닷컴 2015. 3. 19. 13:39

포석정은 신라 경애왕이 술 마시며 놀다가 죽은 장소가 아니다

박경자의 한중일 정원 삼국지

포석정은 경주 금오산의 서쪽 기슭에 있다. 돌을 다듬어 거북(鮑魚) 모양으로 만든 유상곡수(流觴曲水)의 유적이다. 포석정 일대는 월성 남쪽의 이궁터(離宮址) 즉, 임금이 행차하였을 때 머물던 별궁(別宮) 터다.

포석정은 삼국유사에 '왕(憲康王)이 포석정에 갔을 때, 왕 앞에서 남산신(神)이 나타나 춤을 추었다...왕도 따라서 춤을 추었다...신라인들은 이 춤을 어무상심(御舞祥審), 또는 어무산신(御舞山神)이라 한다'는 기록이 있다.

신라 멸망과 관련해서 경애왕이 잔치하고 놀다가 후백제 견훤에게 항복한 곳이었다 한다. 그러나 삼국유사는 고려 일연이 지은 것으로 고려 건국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 적의 침입도 모르고 잔치를 벌였다 하여 신라를 타락한 국가로 비하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베이징, 심추청(沁秋亭)에서 곡수유상을 하는 구불구불한 도랑인 곡수거.
중국 베이징, 심추청(沁秋亭)에서 곡수유상을 하는 구불구불한 도랑인 곡수거.
고고학 해석에 따르면 포석정은 제사를 지내던 사당, 나정에서 시조묘 제사 후에 연회를 하던 장소였다.

중국 진(晉)시대에 시작된 곡수유상연은 일본에서는 8세기때 최초로 곡수연을 했다는 ‘니혼쇼키(日本書紀)’ 기록이 있다. 곡수연(曲水宴) 그림도 현재 쿄토고소에 남아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되고 뛰어난 시가(詩歌)집 ‘만요슈(万葉集)’에는

'늦봄에 봄의 풍경은 아름답고, 상사(上巳)의 부드러운 바람은 살랑거려서 경쾌하게 불고, 찾아온 제비는 진흙을 입에 물면서 집에 축하하러 들어오고, 돌아가는 기러기는 갈대를 뽑아 멀리 바다 쪽으로 간다. 당신이 벗을 불러 곡수연을 새롭게 열고, 부지런히 잔을 강의 맑은 물에 띄웠다고 들었습니다.'
교토고서(京都御所) 常御殿에서  곡수연하는 그림.
교토고서(京都御所) 常御殿에서 곡수연하는 그림.
헤이안시대 한시문집 ‘간케분소(菅家文草)’에도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3월 3일, 주작원(朱雀院)의 연못 옆에서 곡수연을 열었다. 중국 한 무제의 백량대(柏梁台)를 본 따서 노송나무로 난정백량전(蘭亭柏梁殿)을 만들고...이것은 모두 유유자적, 조용하게 해와 달을 즐기고, 무위자연을 즐기고, 풍월을 시로 짓고, 시절을 중요시하는 뜻이다...가는 봄을 아껴서 어떻게 중국 당 장안의 곡강지(曲江池) 근처로 갈 수 있는가. 날개장식이 붙은 술잔을 물결 위에 띄운 중국 진나라 난정의 모습을 멀리 생각할 뿐이다.'

포석정의 유상곡수연은 후대로 이어졌다.

고려시대 시문에는 왕희지의 ‘난정기(蘭亭記)’ 내용이 많다. 고려시대의 문신 이규보(李奎報)가 쓴 '계연(禊宴)에 초청받은 것을 사례하는' 글도 있다.

조선시대 중종, 정조 때 창덕궁 옥류천에서 유상곡수연을 연 기록이 있다.

중종 11년(1516) 9월 8일 ‘대비전의 곡연(曲宴), 궁중 후원에서 베푸는 잔치에서 백관이 곡수(曲水)가에 앉았다가, 위쪽에서 띄운 술잔이 자기 앞에 오기 전에 시를 짓고 잔을 들어 마셨다. 곡수연(曲水宴)은 한 나라에서 봉양하는 것이라 풍악을 써도 가하지만...'

지방 각지에서도 유상곡수연을 즐겼다.

황해도(黃海道) 황주목(黃州牧) 이행(李荇)의 글에는 '가는 비 분분하게 옥루(玉樓)에 뿌리는데...난초를 쥐고 수계(修禊)하며 새 즐거움 맞이하는데, 곡수유상(曲水流觴) 좋은 놀이 모였구나...'
일본 교토 죠난구(성남궁)에서 곡수연하는 모습.
일본 교토 죠난구(성남궁)에서 곡수연하는 모습.
조선 문종, 세조, 성종 때의 조선 최고의 문장가요 학자인 서거정(徐居正)은 유상곡수연의 흥겨움을 시문으로 표현했다.

서거정(徐居正)의 사가집(四佳集), 3월 3일에

삼월 삼짇날 좋은 명절을 만나서/ 三三逢令節
...
곡수연은 도화수 물결에 베풀고/ 曲水桃花浪
깊은 술잔은 죽엽춘을 마셨는데/ 深杯竹葉春
시는 두자미의 절묘함이 가련하고/ 詩憐工部妙
글씨는 왕희지의 진서가 사랑스럽네/ 筆愛右軍眞

서거정(徐居正)의 사가집, 노찬성(盧贊成)의 효사정(孝思亭)

...시냇물을 끌어다 술잔 띄울 곡수를 만들고, 차례로 벌려 앉으니, 비록 관현악의 성대함은 없으나, 술 한 잔을 마시고 시 한 수를 읊는 것이 또한 그윽한 정을 펴기에 충분하다.

조선시대 18세기말 박창규가 그린 인두로 그린 그림(烙畵)에 유상곡수도가 있다. 이 그림에서는 포석정 도랑 내부에서 유상곡수연을 벌이고 있다.
박창규(朴昌珪)는 정조 이후 인물로, 인두로 그린 포석정에서 하는 유상곡수연을 그렸다.
박창규(朴昌珪)는 정조 이후 인물로, 인두로 그린 포석정에서 하는 유상곡수연을 그렸다.
중국에서 명청대에는 구불구불 흐르는 물에 잔을 띄우는 유배지(流杯池)와 유배정(流杯亭)이란 정자를 짓고 정자 안에서 구불구불한 물 흐르는 도랑인 곡수거를 설치해서 곡수유상을 즐기기도 했다.

일본에서 10세기 후반 이후 여러 기록에 나온 곡수연 행사는 9시~11시 사이에 집사들에 의해 고위고관ㆍ왕과 자리를 함께하는 사람(殿上人)․문인의 자리가 정해지고, 그 후에 다음 순서로 곡수연이 진행됐다.

① 13시~15시, 고위 고관들 참석 → 15시~17시, 귀빈 도착과 주최자의 아버지 섭정(攝政)이 영접, 그들 자리를 지정 → 귀빈과 주최자가 손을 모아 절하고 착석 → 고위고관 이하가 정원의 자리에 착석

②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움 → 귀빈에게 시제목 받침, 주최자와 섭정에게 시제목 보게 함, 귀빈이 하는 사회자의 말씀 → 고위고관ㆍ왕과 자리를 함께하는 사람이 연주하는 관현과 배(船)음악

③ 일몰쯤, 귀빈과 주최자, 왕과 자리를 함께하는 잔치 자리로 이동 → 술잔 세 번 올리고 관현악

④ 문인 시를 지어 받침, 사회자가 순서를 받침 → 강사 착석 → 시 낭독

⑤ 답례품

⑥ 한밤중, 고위 고관들 퇴출
출처 : 경주학연구원 慶州學硏究院
글쓴이 : 菊英堂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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