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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물을 보면 유물이 보인다

박근닷컴 2015. 6. 4. 20:28

[발굴 寶庫로 떠오르는 저습지 유적]

3년전 발견된 경주인왕동 우물서 신라代 동물뼈·토기 무더기 발굴
촉촉한 펄속에선 수천년 지나도 목기 등 유기물 온전히 보존돼

"물기있는 곳이라면 더 찾는 추세"

"여기, 물 저장고가 있어요!"

지난 2월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주산성(사적 제61호) 발굴 현장. 산꼭대기에서 시굴 조사를 벌이던 조사단원이 뭔가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가로 7m, 세로 7m의 정사각형 집수지(集水池·산성에서 필요한 물을 모아 저장하는 시설) 윤곽이었다. 주산성은 6세기 전반 축조된 대가야 시대의 중심 산성. 흥분한 조사단은 지난 4월 이 일대 정식 발굴에 착수했다. 배성혁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은 "흔히 낮은 지대에서 발견되는 집수지가 산꼭대기에서 확인된 것"이라며 "현재까지 절반 정도 팠는데 대가야 시대의 중요 유물이 출토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연못·우물을 찾아라!

발굴도 유행을 탄다. 최근 국내 고고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발굴 보고(寶庫)는 연못·우물 등 저습지 유적이다. 학계 전문가들은 "촉촉한 펄이 유기물을 온전히 보존해주기 때문에 연못이나 우물, 저수 시설에선 다른 데에 없는 보물이 잔뜩 나온다. 요즘엔 물이 고여 있는 유적을 일부러 찾아서 파헤치기도 한다"고 했다.


	경주 인왕동 유적 우물 속 살펴 보니.

지난 2012년 발굴, 최근 보고서가 공개된 경북 경주시 인왕동 국립경주박물관 남측 부지에선 우물 12기가 발견됐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 이 중 '3방 1호' 우물(너비 70~80㎝, 깊이 9.8m)을 발굴했더니 두레박·토기류가 거의 완형으로 출토됐고, 각종 동물뼈·기와·도자·병·저울 추·씨앗 등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동궁아(東宮衙)'라고 새겨진 항아리, 명문이 적힌 목척(木尺·나무로 만든 자)도 신라 왕경에서 처음으로 출토됐다. 목척은 세 토막이 나 있고 남은 길이는 25㎝. '일방개(日房介)' 등 7자 정도가 확인 가능한 상태다. 최순조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조사팀장은 "고양이·개·삵·고라니·사슴·돼지·말·소·잉어·대구·참돔·홍합·꿩 등 동물·어류뼈 21종, 호두·복숭아 등 견과류가 쏟아져 나왔다. '우물에서 신라를 길어올렸다'고 해도 좋을 정도"라고 했다.

지난 2000년 국립경주박물관 미술관 부지에서 발굴된 또 다른 통일신라 우물에서는 동물뼈 2200여점에다 8~9세 어린아이의 전신 유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신라 왕경에서 제사를 지내면서 고의로 빠뜨린 것으로 추정했다.

펄 속에선 수천년 지나도 그대로

현재 발굴이 한창인 경주 월성(月城·사적 제16호)도 향후 연못지 발굴이 기대를 모은다. 발굴단은 지하 물리탐사를 통해 A, B지구에서 각각 연못지로 추정되는 흔적을 찾았다. 시굴조사가 끝난 C지구에서도 물이 고여있는 웅덩이를 찾아냈고, 올해 하반기에 본격 발굴에 들어갈 예정이다. 심영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아직까지는 추정이지만, 연못터가 맞다면 목간 같은 유물이 많이 출토될 것"이라며 "펄 속에서는 몇천 년이 지나도 나무가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고 했다.

지난해 공주 공산성에서 백제 유물이 온전히 쏟아져 나온 것도 촉촉한 저습지 유적이었기 때문이다. 이곳 저수시설에서는 지난 2011년 서기 645년을 가리키는 '貞觀十九年(정관 19년)' 글자가 적힌 옻칠 갑옷 1점과 마갑 등이 나왔고, 작년에는 또 다른 갑옷 1점과 마갑, 큰 칼과 장식 칼, 글자가 적힌 옻칠 갑옷 조각이 출토됐다.

한신대박물관이 발굴한 풍납토성 우물에서도 수백점의 토기가 우물 바닥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인 채 나왔다. 현재의 경기·충청·전라도는 물론 일본 토기까지 망라돼 있었다. 발굴단은 서기 4~5세기 백제 왕이 주관해 지방의 물을 모아 우물 속에 합수하며 제사를 지낸 흔적으로 파악했다.

이한상 대전대 교수는 "연못이나 우물은 대개 낮은 지대에 있어서 예전에는 거기 무슨 유적이 있겠나 싶어 발굴하지 않았는데 최근 저습지 유적에서 발굴 성과가 쏟아지면서 갈수록 더 찾아서 발굴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 허윤희기자

출처 : 경주학연구원 慶州學硏究院
글쓴이 : 菊英堂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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