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명의 우리술 이야기](7)차례상에 차 올릴까, 술 올릴까
입력 : 2010-02-16 17:26:26ㅣ수정 : 2010-02-16 17:26:27
“차례상에 차 대신 술을 올려도 됩니까?” 최근 내가 받은 질문이다. 뜻 그대로라면 차례는 차(茶)로 예(禮)를 갖추는 것이니, 술 대신 차가 올라가는 게 온당할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차가 술로 바뀌었을까?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에는 차로 차례를 지냈다면, 성리학과 유교가 주도하는 조선시대에는 제주(祭酒)가 차례상에 오른 것은 아닐까. 추정해볼 수는 있지만 확언하기는 어렵다.
술 대신 차나 물을 올려놓고 예를 갖추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뒤란 장독대에 정화수를 올려놓고 가족의 안녕을 빌던 어머니의 모습, 불가에서 관음보살의 상징이자 공양 도구로 사용되는 맑은 물을 담는 정병(淨甁)의 존재에서 물을 발견할 수 있다. <삼국유사>에서 경덕왕이 충담스님에게 “어디서 왔는가”라고 묻자 “소승이 3월 삼짇날(重三)과 9월9일(重九)에는 남산 삼화령에 있는 미륵세존님께 차를 달여 올립니다. 지금도 차를 올리고 막 돌아오는 길입니다”라고 답하는 대목에서 차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제사에서 차나 물이 술을 대신할 수 있을까? 옛것을 찾아가는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죽은 자와 산 자의 영혼을 이어줬던 술의 상징적인 의미를 차나 물이 얼마만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술 대신 차나 물을 올려놓고 예를 갖추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뒤란 장독대에 정화수를 올려놓고 가족의 안녕을 빌던 어머니의 모습, 불가에서 관음보살의 상징이자 공양 도구로 사용되는 맑은 물을 담는 정병(淨甁)의 존재에서 물을 발견할 수 있다. <삼국유사>에서 경덕왕이 충담스님에게 “어디서 왔는가”라고 묻자 “소승이 3월 삼짇날(重三)과 9월9일(重九)에는 남산 삼화령에 있는 미륵세존님께 차를 달여 올립니다. 지금도 차를 올리고 막 돌아오는 길입니다”라고 답하는 대목에서 차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제사에서 차나 물이 술을 대신할 수 있을까? 옛것을 찾아가는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죽은 자와 산 자의 영혼을 이어줬던 술의 상징적인 의미를 차나 물이 얼마만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충북 제천의 오티별신제에서 제관들이 산신에게 올릴 제주를 준비하고 있다.
또 하나, 술로는 물과 차와 달리 음복이라는 의식을 행할 수 있다. 제주로 올리고 난 술을 나눠 마시면 복이 들어온다고 하여 이를 음복주 또는 복주라고도 부른다. 혼령이 맛본 것을 제사에 참여한 사람도 마심으로써 서로 일체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런데 제사상에 물이나 차의 성격을 지닌 것이 전혀 오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봄 가을로 지내는 성균관의 석전제에서는 술과 함께 물이 오른다. 이 물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명수(明水)와 현주(玄酒)가 있다. 명수는 그늘진 곳에서 뜨는 것으로 달(月)빛 아래의 물에서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현주는 물을 칭하는데, 물에서는 검은 빛이 돈다 하여 검을 현자가 붙었다. 옛적에 술이 없어 물을 가지고 의례를 행했는데 왕이 그 옛것을 소중하게 여겨 물을 현주라 높여 불렀다고 한다. 현주가 물이면서 술의 흉내를 내고 있다면, 설날 도소주는 술이면서 차의 흉내를 내고 있다. 도소주는 맑은 술을 빚어 방풍, 창출, 산초, 계심, 호장근, 백출 따위의 약재를 넣고 우려낸 뒤에 몇 번 끓였다가 내놓는다. 술을 끓여서 내놓는다는 것은 알코올 성분을 증발시킨 뒤에 마신다는 것을 뜻한다. 몇 차례 끓이는 것만으로 도소주의 알코올을 모두 날려보낼 수는 없지만 (실제 끓여 마셔보니 싱겁고 약재 기운이 강하긴 했지만 어질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도소주는 술과 차의 절충지대라 여겨진다.
근래 차례상에 술 대신 차를 사용하자는 의견이 있다. 술과 물과 차 중에서 어느 것을 의례에 사용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문제는 술과 물과 차 중에서 어느 것에 우리 마음을 실을 수 있고, 영혼을 담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당신은 물과 차와 술 중에서 어느 것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가? 그 소중함을 올리는 게 의례의 출발일 것이다.
'☆-역사.문화관련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마이뉴스] 신라에서는 박씨·석씨·김씨가 평화적으로 왕권을 교대했다. (0) | 2011.01.27 |
---|---|
구름모양 자배기 (0) | 2011.01.23 |
늘상 만지고 보는 돈이지만 그 속에 등장하는 유물에 대해 (0) | 2011.01.11 |
탄은 '이정' 풍죽도 [灘隱 李霆 風竹圖] (0) | 2011.01.11 |
설곡(雪谷) 어몽룡의 월매도에 대하여.. (0) | 2011.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