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방 |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kangwoobang.or.kr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즉 하나의 먼지 안에 우주가 들어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나는 조형의 세계에서 눈꼽만한 작은 보주 안에 우주가 들어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동안 보주에 대한 연재를 20회에 이르도록 써 오며 얼마나 많은 오류들을 올바로 잡았는가.
깨알 같은 보주이든 태양만한 보주이든 그 속에 든 우주의 대 생명력의 양은 같다. 하나의 먼지 같은 미세한 작은 것에도 우주가 들어가 있다고 경전에 쓰여 져 있으니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풀어내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아무리 작은 좁쌀 같은 보주 안에 우주가 함축해 있다고 하면 경전에 없는 말이니 어리둥절하며 그 뜻을 풀어내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무의미한 민주점이나 항아리란 용어를 버려야
여래 정수리의 심원한 문제가 비로소 풀린다
지난 회에서 이제 여래의 본질을 세상에 알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여 미황사 괘불의 석가여래 머리를 다룬 적이 있다. 석가여래의 바로 그 옆에는 항상 마하가섭(摩訶迦葉, 산스크리트어: Maha-ka-s´yapa)이 서 있는데 고타마 붓다의 십대제자 중 한 사람으로 제자들 중에서 상위를 차지하였다.
고타마 붓다가 반열반에 든 후 비탄에 빠지거나 동요하는 제자들을 통솔하여 교단의 분열을 막았으며, 제1회 불전 결집을 지휘하였다. 영취산(靈鷲山)에서 고타마 붓다가 연꽃을 꺾어 보였을 때 오직 마하가섭만이 그 뜻을 이심전심으로 이해하고 미소지었다는 염화미소(拈華微笑)의 고사(故事)가 전해진다. 선종에서는 선법(禪法)을 받아 이어준 마하가섭을 제1조로 높이 받들고 있다.
<법화경> ‘수기품’에 이르기를, 가섭은 광명여래(光名如來)가 되리라 했다. 즉, 나의 제자인 마하가섭은 삼백만 억 부처님 세존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 공경하며 존중 찬탄하면서 여러 부처님의 한량없는 큰 법을 널리 펴다가 최후의 몸으로 성불하리라. 이름은 광명여래(光明如來)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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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여래의 옆에 있는 가섭의 정수리가 솟구쳐 있는데 붉은 색을 띠고 있다.(도 1) 솟구쳐 있는 부분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 바로 우주의 대생명력이 응축하여 있는 보주가 들어 있다. 그러나 아직 여래가 되지 않았으므로 보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옆 화면 중앙에 자리 잡은 석가여래의 머리에서 영기문을 벗겨내니 가섭보다 더 크게 정수리가 솟구쳐 있어서 다시 붉은 채색을 가하여 강조하여 보았다.(도 2)
그리고 보주의 구멍에서 작은 보주가 나오고 다시 그 보주에서 더 작은 보주가 나오고 있는 것을 표현하여 놓았다. 그 중의 하나가 솟구쳐 올라 공중에 보주가 떠 있는 듯 보인다. 이렇게 여래의 정수리에서 무량한 보주가 생겨나고 있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그러니까 가섭의 머리(도 1)에서 더 전개하여 나간 것이 석가여래의 정수리의 모습(도 2)이다.
정수리가 솟구치는 것은 불교의 산물이 아니고 선교(仙敎)의 산물이다. 나는 이미 고구려벽화의 미술을, 즉 삼국시대의 미술을 선교미술(仙敎美術)이라 규정한 바 있다. 그 선교미술이 불교미술의 바탕을 이루어 전개되어 갔으므로 선교미술을 파악하지 않으면 불교미술을 풀어낼 수 없다. 바로 나는 선교미술을 영기화생론으로 정립하여 그것이 한국미술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음을 증명하여 나가고 있다.
바로 그 선교사상에서 영기라는 핵심 코드를 만난다. ‘단전에 기가 충만해지고 도태(道胎:만물의 근원)가 원만해지면 정수리를 뚫고 나오니, 모양이 이루어지고 태아가 나와 스스로 부처가 된다.(<혜명경>, 유화양 지음, 이윤희 옮김, p.19. <능엄경>과 <화엄경>을 바탕으로 불교와 선교와 밀교를 융합시킨 경전) 그 태아가 바로 보주이고 보주에서 여래가 화생하는 광경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불화에서 여래 위 부분에 화불들이 무리지어 나타난다.
그런데 개암사 괘불의 석가여래 정수리에는 매우 작은 하얀 점이 있다.(도 3-1, 도 3-2) 그것은 정수리에서 나온 보주를 간단히 표현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작은 하얀 보주가 줄줄이 무량하게 나오는 것을 상징한다. 그 작은 보주가 그 위에 머리와 떨어져 있는 큰 붉은 보주가 되어(도 3-3), 다시 무량한 보주가 나오는 형상이다.
보주에는 일정한 색이 없다. 푸른 보주도 있고 붉은 보주도 있고 햐얀 보주도 있고, 지장보살이 들고 있는 하얀 투명한 보주도 있다. 그러므로 주변의 색에 따라 상대적이어서 보주를 강조할 때 여러 가지 색에서 선택하여 그 때 그 때마다 다른 색을 쓴다. 그 작은 하얀 점을 학계에서는 민주점이라고 부른다.
단청에 대한 어느 책을 보든 다음과 같이 쓰여 져 있다; ‘단청에서 항아리 위에 백색으로 그린 작은 원’ 여기에서 항아리는 보주를 말한다. 항아리가 아니다. 하얀 작은 원은 큰 보주에서 나오는 작은 보주를 의미하는데, 보주의 개념을 전혀 모르니 무의미한 설명을 하고 있다.
장곡사 괘불의 경우 주존 옆의 작은 여래의 경우에는 정수리의 머리에는 하얀 작은 보주를 그리며(도 4-1), 머리 위의 작은 보주에도 작은 흰 보주를 그린다.(도 4-2) 그러니 작은 흰 원은 보주가 틀림없다. 그러니 그것을 민주점이라는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용어를 쓰고 있다. 따라서 단청에 보이는 머리초의 도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즉 단청의 머리초에서 씨방에서 붉은 보주가 나오고 그 보주 끝에 작은 흰 점은 보주이다.(도 5)
그러므로 역으로 우리는 단청을 올바른 조형해석과 도상해석을 통하여 여래의 정수리의 흰 점이 보주임을 증명할 수 있다. 이제 ‘민주점’이나 ‘항아리’같은 무의미한 말을 미련 없이 버려야 가장 중요한 도상의 심원한 의미가 풀린다. 학생들은 교수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지금도 그 오류투성인 단청 용어들을 외우며 시험을 치고 있을 것이다.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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