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중 불국사 석등은 뛰어난 비례 감각을 보여준다. 돌의 두께가 알맞아 둔중하지도 가볍지도 않고, 늘씬한 팔각기둥과 단정한 화사석의 어울림에는 귀공녀 같은 기품이 있다. 멋을 표현하는데도 감정의 절제미가 있다. 연꽃새김을 자세히 보면 겉꽃 속에서 새 꽃잎이 머리를 살짝 드러내고 화사석에는 창문틀이 가볍게 새겨졌다. 그리고 석등 앞에 놓인 넓적한 배례석(拜禮石)의 옆면 모서리는 마치 상다리처럼 조각됐다. 이것을 안상(眼象)이라고 부른다. 불국사 석등에는 이처럼 단아한 고전미가 있다.
석등은 절마당이 아무리 넓어도 하나만 세운 것이 오랜 전통이다. 이는 '시등공덕경(施燈功德經)'에서 부자의 화려한 등불보다 가난하나 진실된 자의 등불 하나가 더 부처의 마음에 다가간다고 한 데서 유래한다. 그런데 요즘 절에서는 화려한 석등을 쌍으로 설치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경전에 맞지 않는 이런 현대식 쌍등을 볼 때면 불국사 석등이 조형적으로, 종교적으로 얼마나 뛰어난 명작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