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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말(馬)인가 기린(麒麟)인가… 다시 불붙은 天馬圖(천마도) 논란

박근닷컴 2014. 5. 7. 02:54

말(馬)인가 기린(麒麟)인가… 다시 불붙은 天馬圖(천마도) 논란

국보 제207호 '천마도(天馬圖)' 속 동물은 하늘을 나는 말인가, 상서로운 동물인 기린(麒麟)인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천마, 다시 날다' 특별전을 계기로 '천마냐 기린이냐'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이번 전시에선 발굴 41년 만에 새로 확인된 죽제(竹製) 금동 천마도를 비롯해 천마도 3점이 한꺼번에 공개됐다. 특히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천마도 2점은 적외선 분석 사진을 함께 전시해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동물 형상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도상을 보면 뿔 있는 기린"

고구려 고분벽화의 권위자인 전호태 울산대 교수는 "입에서 나오는 신령스러운 기운, 정수리에 우뚝 솟은 뿔 등을 볼 때 기린이 확실하다. 천마도 속 동물은 고구려 고분 삼실총과 장천1호분의 기린을 합한 도상"이라고 했다.

봉황·용·거북과 함께 신령스러운 동물의 하나인 기린은 중국 옛 문헌에 '모양은 사슴 같고, 이마는 이리, 꼬리는 소, 굽은 말과 같으며, 머리 위에 뿔이 있는' 동물로 묘사된다. 왕이 인덕(仁德)의 정치를 펼쳤을 때 나타난다는 상서로운 짐승이다.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천마도의 적외선 사진(사진 위). 정수리 위에 우뚝 솟은 반달 모양의 뿔이 보인다. 전호태 교수는 “고구려 장천1호분(사진 아래 왼쪽 위)과 삼실총(사진 아래 왼쪽 아래)의 기린을 합해 놓은 도상”이라고 했다. 반면 국립경주박물관은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기마인물형 주자(사진 아래 오른쪽 위)처럼 뿔이 아니라 갈기를 묶은 매듭이라고 했다. 고구려 덕흥리 고분벽화(사진 아래 오른쪽 아래)에 ‘천마지상(天馬之像)’이라고 쓰여진 천마 그림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천마도의 적외선 사진(사진 위). 정수리 위에 우뚝 솟은 반달 모양의 뿔이 보인다. 전호태 교수는 “고구려 장천1호분(사진 아래 왼쪽 위)과 삼실총(사진 아래 왼쪽 아래)의 기린을 합해 놓은 도상”이라고 했다. 반면 국립경주박물관은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기마인물형 주자(사진 아래 오른쪽 위)처럼 뿔이 아니라 갈기를 묶은 매듭이라고 했다. 고구려 덕흥리 고분벽화(사진 아래 오른쪽 아래)에 ‘천마지상(天馬之像)’이라고 쓰여진 천마 그림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립경주박물관·전호태 교수 제공

 

기린설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머리에 솟은 뿔이다. 1997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적외선 사진을 촬영한 결과 정수리에 반달 모양의 뿔이 우뚝 솟은 것으로 보이면서 말이 아니라는 주장이 처음 제기됐다. 2000년 미술사 연구자 이재중씨가 박사 논문에서 "천마가 아니라 기린"이라는 주장을 폈다. 상당수 미술사학자는 "1973년 발굴 당시 하늘로 비상하는 말을 그렸다고 해서 천마도라고 했는데, 도상을 잘 모르는 이들이 별다른 연구 없이 성급하게 이름을 붙였다"고 비판한다.

강우방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삼국시대에는 청룡·백호·현무·봉황의 사신(四神) 중에서 현무를 제외하고 기린을 넣어 사룡(四龍)으로 치기도 한다. 신라 왕의 무덤이니 성군(聖君)의 의미가 내포된 영적인 동물 기린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했다. 강 전 관장은 26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천마총의 새로운 해석'이란 주제로 기린론을 펼 예정이어서 논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뿔이 아니라 갈기를 묶은 말"

전시를 연 국립경주박물관 측은 "천마가 맞다"는 입장이다. 5세기 초 고구려 덕흥리 고분벽화에 '천마지상(天馬之像)'이라고 쓰여 있는 천마가 그려져 있는데, 이 그림이 천마도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영훈 관장은 "정수리에 솟은 건 뿔이 아니라 앞 갈기를 위로 모아 묶은 매듭으로 보인다. 말다래는 마구(馬具)라는 점, 하늘을 나는 백마(白馬)가 등장하는 박혁거세 신화 등을 볼 때 신라인의 말 숭배 사상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2000년 전 한나라 무덤에서 나온 화상석 중에는 말 머리 위에 뿔처럼 솟은 것이 보이는 도상들이 많은데, 이는 머리 위의 갈기를 상투처럼 묶어놓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기마인물형 주자(注子)에서도 정수리 갈기를 묶은 말의 상투가 보인다.

신화학자인 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도 문화적·사회적 맥락상 천마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 교수는 "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졌다는 게 중요하다. 자작나무는 북방민족의 샤머니즘에서 신목(神木)으로 섬기는 나무"라며 "하늘과 말을 숭배하는 유목민족의 문화와 관련이 깊다"고 했다. 중국신화 연구자인 김선자 박사도 "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진 것은 흰말"이라며 "죽은 자를 하늘로 인도하는 사자 역할을 하는 백마"라고 해석했다.

조선일보 허윤희 | 기자
출처 : 경주학연구원 慶州學硏究院
글쓴이 : 菊英堂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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