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박물관, 창녕 말흘리 유물 공개
전문가 "고증 부족… 국적불명 엉터리" - "전각 몸통은 日 옥충주자에서, 장식은 감은사 사리기에서 따와"
김해박물관 측 "관객 이해 도우려고" - "상상 조금 입혀… 연구 활발해지길"
국립김해박물관(관장 송의정)이 30일부터 10월 30일까지 기획특별전 '땅속에 묻힌 염원-창녕 말흘리 유적 출토유물 대공개'를 개최한다. 박물관은 이 유물들이 불감(佛龕·불상을 모시는 방)의 천개(天蓋·제단의 윗부분을 덮는 장식물)일 것으로 추정하고 거대한 불감을 '실물 크기(추정)'로 복원해 전시해 놓았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충분한 고증 없는 '상상 복원'"이라며 "국립박물관이 흥미 유발을 위해 엉터리 전시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1200년 전, 창녕 말흘리에선 무슨 일이
경남 창녕 화왕산 끝자락에 자리 잡은 말흘리 370-1번지. 지난 2003년 도로 개설 구간에 포함된 이곳을 발굴했더니 뜻밖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땅 위로 드러난 쇳조각들을 걷어내자 지름 70㎝의 구덩이 안에 놓인 쇠솥에 통일신라 금속공예품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다양한 형태의 금동장식판, 풍탁(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 손잡이 향로, 자물쇠, 문고리 장식…. 모두 500여점에 달했다.
당시 발굴 관계자들은 "보잘것없는 쇳조각들로 감춘 걸 보면 전란(戰亂) 등 급박한 사정 때문에 서둘러 묻은 것 같다"고 추정했다.
- ▲ 창녕 말흘리 유적 출토 금속 공예품을 토대로‘상상 복원’한 불감(불상을 모시는 방·사진 오른쪽). 풍탁, 금동장식판, 문고리 장식, 자물쇠(왼쪽 위에서부터) 등을 활용했지만 불감의 형태나 유물이 달린 위치 등이 전혀 고증되지 않아 논란을 낳고 있다. /국립김해박물관 제공
방대한 양의 금속공예품은 어디에 쓰인 것일까. 황은순 학예연구사는 "금동장식판 100여점은 '감은사터 동탑 사리기(사리를 담는 그릇)'의 천개를 연상시킨다"며 "크기나 수량이 방대하기 때문에 사리기보다는 규모가 큰 불감의 천개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엔 통일신라 이전의 불감은 남아 있지 않다. 박물관이 주목한 것은 일본 호류지(法隆寺)의 옥충주자(玉蟲廚子·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불감). 박물관은 옥충주자의 전각 형태와 감은사터 사리기의 천개 장식을 토대로 높이 3.5m(1.5m 받침대 포함), 폭 2.5m의 불감을 추정 복원했다. 복원비는 5000여만원. 팔각 대좌를 만들고, 붉은 비단을 덧댄 금속판과 풍탁을 번갈아 매달았다.
◆"고증 없이 무리한 복원"
송의정 관장은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상상을 조금 입혔다"며 "전시를 계기로 연구가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확실한 근거가 없으면 출토 유물만 전시하면 되지 국립박물관이 거대 예산을 들여 엉터리 복원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한 박물관 관계자는 "불감보다는 불단(佛壇)의 부속 장식물이 아니었을까"라며 "한 구덩이에서 우연히 발굴된 것이라 주변에 '퇴장(退藏·유물을 의도적으로 묻는 것) 유적'이 더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출토 유물이 모두 불감 하나에 쓰였다고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형태의 고증도 치밀하지 않다. 또 다른 문화재계 전문가는 "몸통은 일본 옥충주자에서 따오고 천개 장식은 감은사 사리기에서 따오는 등 균형이 맞지 않아 이도 저도 아닌 조악한 실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