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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문화재청의 2012년 석굴암 조사 보고서도 입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석굴암엔 모두 56개의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존불에는 25개의 균열·파손 현상이 있었다. 천장엔 3개, 측면 기둥엔 6개, 사천왕·십대제자상 등 외벽은 15개, 외부 돔에는 7개의 문제가 있었다.
석굴암은 신라 경덕왕 10년(651) 당시 재상 김대성이 창건했다. 우리 문화재의 맏형이자 자존심이다. 95년 세계문화유산에도 등록됐다. 신라시대 전성기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며, 건축·수리·기하학·종교·예술이 총체적으로 실현된 예술품이다.
이번 조사 결과 석굴암 대좌(臺座)에 외부 압력에 의한 균열이 심했다. 일부 조각이 떨어지는 손상과 벌어짐이 발생해 구조적 불안정성을 보였다. 취재팀이 확인한 가장 긴 균열은 본존불(本尊佛) 왼쪽 무릎 아래로 그 길이가 1m가 넘어 보였다. 본존불 다리 중앙 가사(袈裟) 부위의 균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96년 길이가 33㎝로 보고돼 보수한 곳이다. 그간 균열이 진행돼 현재는 두께 50㎝의 대좌를 수직으로 갈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김덕문 연구관은 “석재의 결이 균일하지 않아 팽창과 수축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그로 인해 균열이 생길 수 있다”며 “석재들이 서로 닿는 면적이 4% 이상 되지 않아 압력도 불균형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 보고서는 ‘석굴암 전체적으로는 대좌 기단 전면에서 상대적으로 큰 진동 수준이 측정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좌 하단에는 폭이 최대 2㎜에 가까운 진동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연구관은 균열 형성 시기와 관련해 “최근에 발생했다면 속이 깨끗할 텐데 모두 먼지가 쌓인 것으로 보아 오래된 균열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왼쪽 무릎 전면, 보수 처리한 부분에 나타난 균열이 진행성인지를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나와 있다. ‘본존불과 대좌의 사이를 내시경으로 확인하자 본존불과 대좌가 가장자리 일부로만 맞닿아 있어 하중이 불균등하게 작용하는 상태여서 균열 양상과의 상관성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현재 문화재청은 1년마다 석굴암 보고서를 내고 있다. 하지만 내부용으로만 참고하고 있을 뿐 외부 공개는 꺼려왔다. “육안 관찰 결과 전체적으로 전년에 비해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 변화 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측정만 하고 대책은 안 세운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수곤 교수는 “본존불이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안성규·이영희·이승호 기자, 사진 박종근 기자, 김종록 문화융성위원·작가·객원기자, 김호석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