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때 발굴 ‘서봉총 유물’ 9점 사라졌다
금반지-구슬팔찌-금귀고리 등… 중앙박물관, 없어진 것 첫 확인
발굴한 일본인 불법반출 가능성
신라 왕릉인 서봉총(瑞鳳塚)에서 출토된 금관이 훼손된 사실이 최근 드러난 데 이어 금반지와 구슬 팔찌 등 일부 유물이 행방불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봉총 출토 유물 가운데 일부가 사라진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작성한 ‘경주 서봉총Ⅰ(유물편)’ 보고서와 조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인 1931년 유리건판 사진에 찍힌 △‘X자’형 무늬 금반지 2점 △민무늬 금반지 1점 △구슬 팔찌 1점이 현재 박물관 수장고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박물관은 보고서에서 “X자 문양을 표현한 반지가 (1931년) 사진에서는 존재하지만 현재 남아 있지 않다”며 “사진을 보면 무문(민무늬)의 금반지는 총 12점인데 현재는 11점만 남아 있다”고 밝혔다. 사진에 등장하는 금팔찌 3점과 은팔찌 4점, 유리 팔찌 2점을 제외한 구슬 팔찌 한 점도 자취를 감췄다. 특히 두 개만 있었던 X자형 무늬 금반지가 모두 사라짐에 따라 화려한 장식을 실물로 확인할 길이 없어졌다.
또 경성제국대 교수와 경성박물관장을 지낸 후지타 료사쿠(藤田亮策)의 논문에 따르면 ‘가는 고리 귀고리(細環耳飾·세환이식)’ 세 쌍(6점)이 서봉총에서 출토됐다고 적혀 있지만, 현재 박물관 수장고에는 1점만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으로 실물이 확인된 구슬 팔찌 등 유물 4점과 논문에 언급된 금귀고리 5점을 합쳐 최대 9점의 행방이 묘연한 셈이다.
중앙박물관 측은 “언제, 어떤 경로로 유물이 사라졌는지 현재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여러 정황상 일제강점기 때 외부로 반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제강점기 경주박물관장으로 1926년 서봉총 발굴 과정을 주도한 모로가 히데오(諸鹿央雄·?∼1954)가 빼돌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모로가는 경주박물관장으로 재직하면서 각종 유물을 빼돌린 혐의로 1933년 일본 검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특히 그는 금관총에서 출토된 유물 8점을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1870∼1964)에게 팔아넘겼다. 이 유물은 ‘오구라 컬렉션’으로 묶여 있다가 오구라의 아들이 1981년 기증해 현재 일본 도쿄박물관에 있다.
동아일보 / 김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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