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족마을이란 장자 상속을 기반으로 같은 성씨의 혈연집단이 대를 이어 모여 사는 유교문화 특유의 마을을 말한다. 안동 하회마을은 풍산유씨가, 경주 양동마을은 월성손씨와 여강이씨가 모인 씨족마을이다.
조선 전기에 형성된 두 마을은 '개척입향'(開拓入鄕)과 '처가입향'(妻家入鄕)이라고 해서 씨족마을이 만들어지는 두 가지 전형적인 모습을 각각 대표한다. 하회마을이 새로운 살 곳을 찾아 이주해 정착한 개척입향의 사례라면, 양동마을은 혼인을 통해 처가에 들어와 살면서 자리를 잡은 처가입향의 사례가 된다.
이후 수백년을 거치면서 대표적인 양반마을인 두 마을 문중 간에 빈번하게 혼인이 이뤄지기도 했다.
'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Historic Villages of Korea : Hahoe and Yangdong)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두 마을은 씨족마을이라는 점을 빼고도 공통점이 많다.
◇풍수 길지(吉地)에 자리잡아 자연과 조화된 경관
먼저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모두 풍수사상에 따른 길지에 자리를 잡았다.
하회마을은 물이 마을을 섬처럼 둘러싼 형태로, 연꽃이 물에 떠 있는 모습과 같다는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의 명당이다. 하회(河回)마을이라는 이름도 강(河)이 마을을 감싸고 돈다(回)는 뜻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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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의 연화부수형 터 |
양동마을은 여러 작은 골짜기가 나란히 흐르는 이른바 '물(勿)'자 형 터를 차지한다.
이들 마을은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길지로 언급됐고, 일제시대 일본 학자인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의 저서 '조선의 풍수'에도 '삼남의 4대길지'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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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마을의 물(勿)자 형국 |
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가 풍수의 원칙을 따라 구조화했기 때문에 지형과 조화하고 자연과 일체화한 경관을 이루며, '농경지-거주지-유보지' 등 생산공간-생활공간-의식공간으로 나뉘어 유교적 의식이 강조되는 독특한 특징도 갖췄다.
특히 의식공간에는 정자 등을 세워 자연을 조망할 뿐 아니라 학문과 교육, 사교의 장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지은 시나 기문 등을 새긴 목판도 아직 남아 있다.
◇오랜 역사 속 문화재도 많아
두 마을의 역사가 600여 년에 이르는 만큼 중요한 문화재도 많이 소장한다.
하회마을에 있는 풍산유씨 종가인 양진당과 서애 유성룡의 생가인 충효당, 양동마을에 있는 이언적의 향단(香壇)과 독락당ㆍ관가정ㆍ무첨당 등 건물 6채가 현재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이다.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건축물만도 하회마을에 9건, 양동마을에 12건이 있을 정도다. 한 마을에 이렇게 많은 국가지정문화재가 있는 것은 유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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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당 |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족보와 문헌자료도 풍부하다. 하회마을에 있는 유성룡의 '징비록'(국보 132호)과 양동마을의 금속활자본 '통감속편'(국보 283호) 등은 각각 역사적ㆍ인쇄사 측면에서 중요하다.
양동마을의 손씨가문이 보관하는 '손소 영정'(보물 1216호) 역시 15세기 말에 그린 초상화로 큰 의미가 있다.
그 밖에도 개인 사이에 주고받은 간찰과 매매 계약 문서, 관혼상제 관련 문서, 상속이나 분쟁과 관련된 문서 등도 잘 보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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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소영정 |
무형문화유산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두 마을에서 모두 전통적인 방식의 관혼상제가 이어진다는 점은 왕실의 종묘제례에 비길 만한 소중한 가치가 있다.
하회마을의 '하회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69호)는 빼놓을 수 없으며, 이에서 사용하는 '하회탈 및 병산탈'(국보 121호)도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 밖에 줄불놀이와 줄다리기 등 민속놀이도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마을 전체를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각각 중요민속자료 122호와 189호로 지정된 이들 두 마을은, 단순한 문화유산들의 조합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살아있는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세계 속의 하회ㆍ양동마을
하회마을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필두로,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자가 각각 차례로 방문하면서 세계 정상급 귀빈 방문 코스로 유명해졌다.
특히 엘리자베스 여왕은 하회마을에서 생일상을 받고, 한국 관습에 따라 신발을 벗고 방 안에 들어가는 모습이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면서 하회마을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이에 지금도 하회마을에는 영국 여왕에 대한 기념관이 세워져 있을 정도다.
양동마을도 중국과 캐나다 등 여러 나라 방송에서 영상취재를 올 정도로 '국제적인 인기'를 누린다.
이와 같은 공통점을 고려해 문화재청은 두 마을을 한데 묶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했고, 세계유산위원회도 이를 고려해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보류' 권고를 뒤엎고 등재 결정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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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 찾은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 |
comma@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8/01
세계유산 등재 "축하합니다"
'세계유산' 경주 양동마을
'세계유산' 하회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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