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왕국으로 간 고구려 사신 얼굴, 서울서 생생 재현
돌궐과 티베트에서 파견된 사신들을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두 사신의 눈초리가 매섭다. 가는 눈매에 두 가닥의 새털로 된 '조우관(鳥羽冠)'을 머리에 쓴 모습이 왠지 친근하다. 여기에 둥근 손잡이의 칼 '환두대도(環頭大刀)'를 허리에 찼다. 이들은 7세기 중반 동아시아의 강국이던 고구려의 사신들. 무려 5000여 km 떨어진 실크로드 한복판의 사마르칸트에까지 와 있었던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09년 아프라시아브 벽화에 대한 종이 모사도를 들여와 국내에서 전시한 적은 있지만 원형 복원을 시도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황토로 지은 벽체 위에 그림을 복원했다는 점에서 벽화의 느낌을 충분히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벽화 속 고구려 사신들의 모습은 표정부터 옷 주름까지 세세하게 복원돼 눈길을 끈다. 지난해 사마르칸트에 파견된 연구팀이 초고해상도 디지털카메라로 벽화를 찍은 뒤 현미경으로 그림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윤곽선의 흔적을 찾아냈다. 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한 임권웅 중앙문화유산보존센터 원장은 "훼손이 특히 심한 고구려 사신 그림을 재현하기 위해 현미경으로 안료 색상과 붓 터치 등을 세밀하게 고증했다"고 설명했다.
서용 동덕여대 교수는 "1960년대 당시 구소련 연구팀은 서구적 얼굴로 고구려 사신들을 모사하는 오류를 범했다"며 "벽화 속에서 동양적 얼굴 윤곽선을 찾아내 고구려 사신들을 그릴 때 참고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출처 : 경주학연구원 慶州學硏究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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