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인문 유일 친필 중국서 발견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신라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둘째아들로 문무왕 김법민의 동생인 김인문(金仁問·629∼684)이 남긴 유일한 친필 글씨가 중국 당나라 황제 별장인 구성궁(九成宮)에 남은 당나라 때 비석에서 발견됐다.
신라사 전공인 권덕영 부산외대 교수는 오는 5일 오후 한국학중앙연구원 비교한국학연구소 세미나에서 발표할 논문 '당 구성궁의 김인문 친필 서적(書跡)'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런 사실을 보고한다.
권 교수에 따르면 수·당 시대 황제의 여름 별장 중 하나인 구성궁 터에 남은 당나라 때 비석 중 하나로 영휘 5년(654) 당 고종이 만년궁(萬年宮), 곧 구성궁에 행차했을 때 지은 '만년궁명비'(萬年宮銘碑)라는 비석 뒷면에 새긴 글인 음기(陰記)에서 김인문이 직접 쓴 글씨가 확인됐다. 만년궁은 지금의 산시성(陝西省) 바오지(寶鷄) 시 톈타이 산(天台山)에 있다.
이 비석 음기에서 김인문은 '좌령군장군 신 김인문'(左領軍將軍臣金仁問)이라는 관직과 이름으로 등장한다.
이 중에서 '김인문'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가운데 글자인 '仁'만이 확연해 종래 중국 학자들은 '薛仁貴'(설인귀)나 '劉仁軌'(유인궤), 혹은 '劉仁願'(유인원)으로 판독했다. 세 인물 모두 신라의 삼국통일, 혹은 이후 전개된 신라-당 전투에서 자주 등장하는 당나라 장수들이다.
그러다가 최근 중국 학계 일부에서 이를 '김인문'으로 판독하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권 교수는 세 번의 현장 답사 결과와 기존 중국학계 주장을 검토한 결과 첫 글자는 '金'임이 확실하며, 이름 마지막 글자 역시 '問'임에 틀림없다고 결론내렸다. 실제 탁본이나 실물을 보아도 '金'이라는 글자는 확연하며, '問' 또한 전체를 알아보기 힘들지만 問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문제의 인물이 설인귀나 유인궤 혹은 유인원일 수 없는 결정적인 근거로 "당시 그들의 지위가 3품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고종이 직접 지은 이 비문에서 뒷면은 당시 고종의 만년궁 행차에 수행한 신료 중에서 문무관으로 3품 이상이거나 학사인 사람 48명에게 그들의 당시 관직과 이름을 친필로 쓰도록 해서 새긴 제기(題記)다. 이런 사실은 음기 첫 대목에서 밝히고 있다.
권 교수에 따르면 학사도 아닌 설인귀나 유인궤 혹은 유인원이 이 당시에 결코 3품 이상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설인귀는 이때 관직이 정5품상인 우령군랑장(右領軍郎將)에 지나지 않았고, 유인궤는 정5품상 급사중(給事中)이었으며, 유인원은 이보다 2년 뒤인 현경 원년(656)에 겨우 정5품상 좌효위낭장(左驍衛郎將)에 불과했다.
반면 김인문은 이미 영휘 2년(651)에 고종한테서 종3품 좌령군위장군(左領軍衛將軍)이라는 관직을 제수받고, 660년 신라와 함께 백제를 공격할 때는 관직이 부대총관 좌령군장군((副大摠管左領軍將軍)이었다.
따라서 이런 역사적 사실이나 글자 모양을 감안할 때 이 비석에 등장하는 '좌령군장군'은 김인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관직과 이름을 직접 썼으니, 이 비석에서 확인되는 '좌령군장군 신 김인문'(左領軍將軍臣金仁問)은 현재까지 알려진 유일한 김인문의 친필 필적이라고 권 교수는 말했다.
김인문은 태종무열왕이 김유신의 여동생 문희에게서 낳은 아들 중 한 명으로 격동의 역사에서 당나라에는 모두 7번이나 들어가 외교 활동을 펼치다 결국 죽음도 당나라 서울 장안에서 맞이했다. 그의 일생은 삼국사기에 열전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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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6/02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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