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렝이질-그레질>의 지혜
오랜 세월을 버티며 견고히 서있는 우리의 옛 건축물을 보면 신기할 정도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우연이 아니고 역학적으로 매우 슬기롭고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건축물의 지탱하는 기둥의 힘이다. 거기에는 그렝이질이라는 독특한 원리를 잘 이용했기 대문이다.
<송광사 기둥-초석의 자연 형태를 수용하고 목재와 결합한 그렝이질 기둥>
<일반 기둥과 그렝이질 기둥의 기저면 비교>

2. <그렝이질>에 담긴 생각
집은 각종 재해들로부터의 가족을 보호하고 안락한 휴식을 취하는 행복의 보금자리이다. 따라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집의 견고성은 가장 중시되엇다. <나라의 기둥-초석-대들보>가 되겠다고 다짐해온 조상들의 언어에서 엿볼 수 있듯 건물을 튼튼히 지탱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것은 초석에 기둥의 세우는 일인 것이다..
<그렝이질>은 초석에 기둥을 세우는 방식의 하나이고 그 속에는 우리 조상님들의 자연관이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둥을 세우는 일반적인 방법은 초석을 평평하게 잘 다듬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우는 방법이다. 그래야 기둥이 바로 서며 집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기둥을 세울 자리가 평평하지 않고 요철이 심하다면 기둥 놓임이 불안정하여 집이 바로설 수는 없는 것이다.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초석 다짐>에 온 정성을 기울여 왓다..
그러나 <그렝이질> 기둥 세움 방식은 이와는 전혀 다른 방법이다. 일반적인 기둥 세움 방식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초석의 요철을 이용해 기둥을 세우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방식에서 탈피하여 그 제약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는 사고의 대 반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 기둥 세움 방식은 물리적이고 기계론적 분석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돌과 나무를 일정한 규격에 맞추어 다듬어 똑같은 양식의 초석과 기둥 만들어 세우는 방식이며 두 소재 모두 생명이 없는 물질의 덩어리 개념으로서의 역학적 작용만을 필요로 한 것이다. 다분히 분석을 중시하는 물리적이라 할 수 있는 서구인들의 생각과 일맥 상통한다. 그러나 <그렝이질>은 이와는 달리 초석과 기둥을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유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방식이다. 대 자연이 만들어낸 돌덩어리 중에서 적당한 돌의 골라 자연 그대로를 초석으로 이용하고 그 초석의 모양새대로 기둥을 다듬어 세우는 방식이다. 자연 형태를 최대한 살리면서 두 재료가 갖는 성질을 잘 활용 서로 융합시키고자하는 방식이다. 그 속에는 기둥을 생명이 없는 재료로서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생명체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흔히<기둥이 뿌리채 흔들린다> <기둥 뿌리도 남지않는다>는 말도 이런 생각을 담고 있다. 그래서 조상님들은 집을 지키는 지신들 즉 성주단지, 장독, 우물, 기둥 뿌리가 있는 초석 심지어 뒷간에까지 정월 대보름 고사떡을 제일먼저 바치는 정성을 기울인 것도 그 까닭이다.
초석과 기둥 놓임을 기계적인 결합이 아닌 서로 유기적 상호관계 고려하는 생각인 것이다. <일반적 기둥>의 놓임을 <맞대임>이나 <연결>관점으로 보는 생각은 서구의 분석적 시각에 가깝다면 <그랭이질>에 의한 기둥과 초석이 서로 끌어안는 방식의 <결합> 또는 더 나아가 생명체들의 <상보적 조화>까지를 기대하는 우리 조상님들의 생각은 더욱 통합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삶의 지혜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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