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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천과학관 '신비의 파라오 투탕카멘'展 15일 개막

박근닷컴 2011. 10. 18. 11:53

국립과천과학관 '신비의 파라오 투탕카멘'展 15일 개막
이집트 전문가·獨 기술진 협력, 비용 30억원·800평 규모 초대형… 찬란한 황금유물 등 볼거리 가득

"결정적 순간이 왔다. 떨리는 두 손으로 왼편 위쪽의 구석을 파 구멍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곧 눈이 빛에 익숙해지면서 방안에 있는 물건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상하게 생긴 동물들, 조각상, 사방에서 번쩍이는 황금들…. 나는 경이에 사로잡혀 말문을 잃고 말았다."

1922년 11월 26일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넋을 잃었다. 뒤에서 기다리던 카나번경(卿)이 "뭐가 보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가 간신히 대답했다. "예, 정말 멋진 것들(Yes, wonderful things)." 33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의 무덤(전실)이 열리던 순간이었다. 무덤에서는 왕의 얼굴을 덮었던 황금 마스크와 함께 전차, 무기, 의류 등 진귀한 보물 5000여점이 쏟아져 나왔다.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얼굴이 된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가 한국을 찾는다. 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실에서 15일 개막하는 '신비의 파라오 투탕카멘'전(展)은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 당시 모습으로 재구성해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의 여정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체험전이다. 총 예산 30억원, 800여평 규모의 전시공간에 전시품을 설치하는 데만 두 달이 걸린 초대형 전시. 이집트 전문가와 독일 기술진의 협력으로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재현한 투탕카멘의 무덤과 유물 1300여점은 이집트 고고학 전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이미 유럽 12개 도시를 돌며 300만명 이상 관람객을 동원했고,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한국에 상륙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왼쪽 사진은 110.4㎏의 순금으로 만든 황금 속관. 왕의 미라형상으로 깃털 옷을 입고 신을 상징하는 턱수염을 달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투탕카멘이 아홉살 나이로 왕위에 올랐을 때 만들어진 황금 옥좌.

내가 탐험가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객들은 투탕카멘 무덤을 최초 발굴한 고고학자가 되어 발굴 여정을 탐방하게 된다. 투탕카멘의 관이 놓여 있는 무덤 방과 부장품이 쌓여 있던 방이 발굴 당시 유물이 쌓였던 상태 그대로 재현돼 있어 '발견의 흥분'을 만끽할 수 있다.

투탕카멘의 무덤은 이집트 파라오 무덤 중 유일하게 도굴되지 않은 무덤이다. 카터가 그를 발견한 곳은 나일강 중류에 있는 룩소르의 한 골짜기. 기원전 2000년부터 1000년 사이에 이집트를 다스렸던 파라오들의 무덤이 들어찬 '왕들의 계곡'이다. 대부분의 왕묘가 이미 도굴돼 더 이상 발굴할 것이 없다고 여겨지던 곳에서 기적적으로 투탕카멘 무덤이 발굴된 것이다.

진귀한 보물이 가득

황금으로 만든 인물상들, 미라의 내장을 담아놓은 캐노픽 항아리, 투탕카멘이 생전에 사용하던 의자와 마차…. 숨이 멎도록 찬란한 이집트 황금 유물이 고스란히 재현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미라의 머리에 씌워져 있던 황금 마스크. 무게가 11㎏에 이르며 생동감 넘치는 눈은 수정으로 눈동자는 흑요석을 상감해 만들었다. 왕의 미라 형상을 한 110.4㎏의 황금 속관도 관람객의 눈을 황홀하게 한다. 투탕카멘의 황금 옥좌, 화려한 장식과 금박을 입힌 왕의 전차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 투탕카멘

이집트 제18왕조의 제12대 왕(재위기간 기원전 1361~기원전 1352). 불과 아홉 살에 왕위를 물려받았고 18세의 나이로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이번에 못 보면 다시는 못 본다"

이집트 "앞으로 유물 해외전시 안해"

이번 전시는 이집트에 가도 보기 힘든 보물들을 출토 상태 그대로 재현해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해놨다.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와 미라 등 무덤 속 보물은 현재 이집트에서도 곳곳에 흩어져 있다. 또 유물 상당수가 카이로박물관에서 전시되고는 있지만, 발굴 연대나 의미에 따라 체계적으로 전시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집트 정부는 "앞으로 투탕카멘 유물은 이집트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고 선언한 상태다. 유물 가운데 상당수가 전시를 위해 먼 여행을 떠나기에는 너무 취약하거나 비싸고 무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철저한 과학적 검증을 거쳐 권위 있는 복제품을 만드는 것. 전시 기획자인 빌프리트 자이펠 전 비엔나 미술사박물관장은 "흩어져 있던 유물을 발견 상태 그대로 재현해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이집트 현지에서조차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안겨줄 매력적인 전시"라고 했다.

 

                                       허윤희 기자 ostinato@chosun.com